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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유현미 개인전 '적'(敵)...작가의 소설 '적'(敵)으로부터 시작된 시리즈

그림속에 담겨진 작가의 메시지...전시가 생활처럼 흘러가기를...
갤러리 나우, 4월 5일부터 27일까지 유현미 개인전 적(敵) 개최

  • Editor. 윤장섭 기자
  • 입력 2023.03.30 12:59
사진=갤러리 나우
사진=갤러리 나우

[미술여행=윤장섭 기자] 서울 강남구 언주로에 위치한 갤러리 나우가 사진,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사진작업으로 ‘다매체’작업을 보여주고 있는 유현미 작가의 개인전(展) '적'(敵)을 다음달 4월 5일(수)부터 4월 27일(목)까지 개최.한다.

유현미의 작업은 다층적 작업을 통해 완성된다. 매체마다 고유한 특징이 겹겹히 쌓여있는 작가의 무의식이 응축된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유현미 작가의 전시에 대해 <미술여행 신문>이 들여다 본다. 

사진=유현미 작가 작품 대표이미지, 적(자기복제1),194x130cm,캔버스에 유화,잉크젯프린트,2022
사진=유현미 작가 작품 대표이미지, 적(자기복제1),194x130cm,캔버스에 유화,잉크젯프린트,2022

◆ 전시 서문

갤러리나우 이순심 대표
갤러리나우 이순심 대표

유현미의 이번 시리즈 적(敵)은 2022에 출간한 그녀의 소설 적(敵)으로부터 시작되는 작품이다.

유현미의 그동안 작업 Still Life, Composition, The Numbers, Bleeding Blue, Good Dream 등의 대표적인 시리즈 등은 사진, 회화, 조각, 설치, 영상을 아우르는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사진작업을 보여주었는데 이번에는 거기에 그녀의 소설이 더해져서 모두가 하나의 흐름으로 연계 되어지는 새로운 형식의 작업을 보여준다.

유현미의 그동안 작품은 공간-조각(레디메이드 포함)-페인팅-설치-촬영의 수순을 거쳐 최종 사진작품으로 완성되었다면 이번 작품은 소설-설치-페인팅-촬영-캔버스프린팅-유화리터칭의 수순을 거쳐서 하나의 작품을 완성을 하게 된다. 따라서 이번 작품은 그동안의 사진 작품과는 달리 에디션이 없고 모두 오직 한점인 유니크 작품으로 선보인다.

사진=유현미,자기복제(돌구름5),194×260cm(194x130cm 2p연결),캔버스에유화,잉크젯프린트,2023
사진=유현미,자기복제(돌구름5),194×260cm(194x130cm 2p연결),캔버스에유화,잉크젯프린트,2023

공간과 사물(조각)들에 유화물감으로 터치감을 주어 음영과 그림자까지 그려서 어디까지가 실재인지 어디까지가 그림인지의 구분을 지을 수 없는 경계의 환영을 다시 촬영하여 이를 사진으로 출력하여 그 위에 그림을 그려 완성된다. 

유현미의 이번 시리즈 적(敵)은 2022에 출간한 그녀의 소설 적(敵)으로부터 시작되는 작품이다.(사진=유현미,자기복제(돌구름1),194x130cm,캔버스에 유화,잉크젯 프린트,2023. 갤러리 나우 제공)
유현미의 이번 시리즈 적(敵)은 2022에 출간한 그녀의 소설 적(敵)으로부터 시작되는 작품이다.(사진=유현미,자기복제(돌구름1),194x130cm,캔버스에 유화,잉크젯 프린트,2023. 갤러리 나우 제공)

◆ 그림속에 담겨진 작가의 메시지...전시가 생활처럼 흘러가기를...

유현미는 문장과 공간, 페인팅과 사진, 실재와 허구, 입체와 평면, 디지털과 아날로그, 공간과 시간의 경계에서 무의식과 의식 모두를 탐닉하는 혼용된 경계의 모습을 보여주며 문학, 설치, 회화, 동영상, 사진 등으로 메시지를 전한다. 그녀의 ‘다매체’작업은 시와 소설, 콘티 등을 쓰기 시작한 2000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가 볼 수 있다.  

그녀의 ‘다매체’작업은 시와 소설, 콘티 등을 쓰기 시작한 2000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가 볼 수 있다. (사진=유현미,자기복제(돌구름6),194×260cm(194x130cm 2p연결),캔버스에유화,잉크젯프린트,2023)
그녀의 ‘다매체’작업은 시와 소설, 콘티 등을 쓰기 시작한 2000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가 볼 수 있다. (사진=유현미,자기복제(돌구름6),194×260cm(194x130cm 2p연결),캔버스에유화,잉크젯프린트,2023)

2007년작 <돌구름 Stone cloud>은 조각과 공간에 페인팅 과정을 거쳐 사진으로 완성된 작품이며, 2009년작<그림이 된 남자 A man turned into painting >는 시나리오-영상(단편영화)-평면화 되는 과정을 거쳐 완성 되었고, 또 2011발표한 영상작품 <내 안의 나. Brain and heart >에서는 촛불이 꺼질 때까지 병치된 영상에서는 그녀의 시가 흐른다. 이렇게 오랜 시간을 거쳐서 그녀가 시, 소설 같은 문학적 요소가 미술적 방법과 결합하여 그의 작업에 녹아 있음을 볼 수 있다.

사진=유현미,부유하는사물들No.3,194x130cm,캔버스에유화,잉크젯프린트,2022
사진=유현미,부유하는사물들No.3,194x130cm,캔버스에유화,잉크젯프린트,2022

이번 작업은 먼저 제작된 시나리오 대로 실물 사람 위에 바디페인팅과 리터칭으로 그리는 퍼포먼스 과정을 거쳐 이를 영상과 평면화된 작품으로 완성된 <그림이 된 남자>로부터 시작점을 갖게 된 작업이다. 이렇게 시나리오와 시가 토대가 되어 작품으로 흡수 되었던 것처럼 이번 작업 역시 소설<적(敵)>이라는 문학작품을 베이스로 제작된 작업이다. 

사진=소설'적'(敵)
사진=소설'적'(敵)

참고로 소설 적(敵)의 내용을 보자. 처음 미대를 졸업하고 설레임으로 첫 전시를 열지만 무명작가의 전시는 관심도 주목도 받지 못하고, 그동안 작업을 격려했던 은사들마저 전시에 오지 않은 채 우울하게 전시를 마친다.

자신의 재능을 의심하고 실의에 빠지려 할 때 A라는 인물의 격려에 “예술가는 대중을 따르는 자가 아니고 그들에게 새로운 문을 열어주는 사람”임을 자각하고 스스로에게 감동이 있는 그림을 그리자며 힘을 얻는다.

의도치 않게 작업실에 감금당한 채 초코파이로 연명하며 집중적으로 그림만 그려 새로운 작품 “부유하는 오브제”로 득의 작을 제작하지만 이미 발표한 그와 비슷한 컨셉의 다른 작가의 작품을 보고 분노와 슬픔, 자괴감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이불’속으로 숨고 만다. 경제적인 파산에까지 이르러 총체적 난국을 맞이하지만 다시 “통로는 내 안에 있다”는 말을 믿고 마음속의 그림 ”빛과 그림자가 있는 텅빈 공간”이라는 회심의 역작을 만들게 된다. 그러나 밤새 그 그림은 누군가에 의해 덧칠이 되어 망가져 있었다. 자신의 작업에 훼방을 놓는 그를 찿기로 한다. 거친 숨을 몰아 쉬고 있는 그가 커튼 뒤에 숨어 있음을 직감하고 커튼을 젖히자 그곳에 숨겨져 있는 나의 적(敵)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는 내용의 소설이다.

내 안에 적이 있다. 즉 내가 창작의 적이고 모든 것은 나 스스로가 만들어낸 두려움이라는 주제인 셈이다. 

사진=유현미,적(자기복제3),112x162cm,캔버스에 유화,잉크젯 프린트,2022
사진=유현미,적(자기복제3),112x162cm,캔버스에 유화,잉크젯 프린트,2022
사진=유현미,부유하는 사물들 No.4,194×260cm(194x130cm 2p연결),캔버스에 유화,잉크젯 프린트,2022
사진=유현미,부유하는 사물들 No.4,194×260cm(194x130cm 2p연결),캔버스에 유화,잉크젯 프린트,2022

<부유하는 사물들>, <적(敵)_자기복제> 에서 사물들은 공중에 떠서 유영하듯이 자신을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듯한 교묘하게 형상을 이루며 떠다니고 있다. 돌과 테이블은 이미 <Still Life> <The Numbers>시리즈에서 선보였던 소재이다. 

자기복제라는 타이틀을 붙여서 과거에 성공적이었던 작품을 새롭게 끄집어 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소설속에 나오는 A씨의 주장대로 “창작예술에서 자기복제야말로 가장 형편없는 카피지요” 라는 말에 대한 반박이다. 작가들은 늘 새 작업을 해야 한다는 강박 가지고 있다. 과연 새로운 작업에만 답이 있는 걸까?  ‘과거에 성공적이었던 작업에 답이 있는 것은 아닌가?’ 작가는 “과거에 좋았던 작업이 왜 좋은 평가를 받았는지를 다시 살피고, 더 새롭게 깊게 다가가야 할 필요가 있음을 느껴서”라고 말한다. 

사진=유현미,적(자기복제2),194x130cm,캔버스에 유화,잉크젯프린트,2022
사진=유현미,적(자기복제2),194x130cm,캔버스에 유화,잉크젯프린트,2022

<적(敵)_자기복제> 에서 상징적으로 무게감이 있는 돌덩이와 천으로 싸인 테이블이 공중에 띄워지면서 초현실적 상상력은 증폭되게 된다. 거기에 미묘하게도 그림자까지 그림으로 표현되고 거기에는 현실적인 빛의 요소 즉 명암이 혼재 되어있다. 완성된 듯한 작품 위에 유화물감으로 덧칠을 하여 형태를 지워 내기도 하면서 형상의 존재와 부존재, 실재와 환영 사이의 경계를 드러낸다. 유현미는 이 환영적 작품을 통해 소설속에서처럼 작가에게 자신이 적이라는 작가의 깊은 고뇌가 공명된다.

사진=유현미,자기복제(돌구름3),194x130cm,캔버스에 유화,잉크젯 프린트,2023
사진=유현미,자기복제(돌구름3),194x130cm,캔버스에 유화,잉크젯 프린트,2023

벽에 걸리지 않은 뒷면이 보이는 빈 캔버스는 전시가 끝난 후 판매되지 않고 작업실로 돌아오는 작품들로 보인다. 그것들 역시 마치 패잔병들처럼 작업실 한구석을 차지하고 마치 죽은 작품처럼 뒷면이 보이게 쌓아 놓게 된 상징적 모습으로 작품 속에 등장한다. 작품이란 마치 무대와 같은 하얀 벽의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조명을 받으며 모두에게 관심을 받을 때 존재 의미가 부각되지만 전시 이후, 마치 연극이 끝난 뒤처럼 많은 작가들은 스스로의 뒷모습을 보게 된다.

사진=유현미,연극이 끝나고 난 뒤 No.2(소설 적으로부터),194x130cm,캔버스에 유화,잉크젯 프린트,2023
사진=유현미,연극이 끝나고 난 뒤 No.2(소설 적으로부터),194x130cm,캔버스에 유화,잉크젯 프린트,2023

화려함 뒤의 쓸쓸함이나 허전함, 그리고 다음 전시에 대한 두려움이 또 다가오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유현미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한다. “나는 전시가 생활처럼 흘러갔으면 좋겠다.” 고… 큰 영광도, 큰 결핍도, 큰 두려움도 아닌… 일상이 작업이고, 작업이 일상이고, 작업이 전시이고, 평생 담담히 해 나가야 하는 일상 그대로가 작업이기를 바라는 그녀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그래서 이번 신작 적(敵)시리즈는 다층적 모습으로 보여주는 그녀의 그동안의 모든 작업과 시간들의 무의식이 응축된 작업이다.

◆작가노트...소설에서 파생된 이미지들을 모은 전시

유현미 작가
유현미 작가

“이번 전시는 소설을 쓰고 소설에서 파생된 이미지들을 모아 전시가 되었다. 그러므로 전시장에는 소설과 그림들이 전시된다. 소설을 쓰다 보면 이런저런 이미지들이 떠오른다. 이미지들을 머리 밖으로 끄집어 내려면 시각적으로 구현해야 한다.

최대치의 시각적 구현을 위해 나는 조각, 사진, 회화 영상 등 매력 있는 모든 매체를 전부 동원한다. 우선 공간에 오브제와 조각 등으로 설치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사진을 찍어 캔버스에 프린트를 한다. 마지막으로 그 위에 유화로 마감을 한다.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친 완성작은 관람객이 보기에는 그냥 유화와 시각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왜 이렇게 쓸데 없이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만 하느냐고 물으면 나는 ‘어쩔 수 없다’라고 답한다.

문학, 조각, 사진 그리고 회화는 각자의 매력이 완전히 다르다. 문학에서의 스토리 텔링, 조각의 물성과 공간감, 사진의 사실적 구현 그리고 회화의 표현성은 그것들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이것들은 다른 어떤 것들도 대체 될 수 없다. 그 어느 하나의 과정도 뺄 수 없는 이유이다. 나는 내 작품이 분명 그림인데 이상하게 조각 같기도 하고 사진 같기도 하여 사연(스토리)이 궁금해지는 작품이길 바란다..” 

한편 유현미(1964-)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및 뉴욕대학교 창작미술전공 대학원,A.P.C를 졸업했다. 그녀는 1988년 관훈미술관에서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통해 미술 장르의 철학적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선보여왔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사비나미술관, 서울미술관, OCI미술관, 금호미술관, 한미사진미술관, 부산비엔날레 등 유수의 미술관 전시와 비엔날레에 참가하였으며, 작가의 작품 주요 소장처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대구시립미술관, △일민미술관, △금호미술관, △하나은행, △포스코, △하이트컬렉션, △아모레퍼시픽, △도시철도공사, △매일유업 등이 있다.

또한 PS122 프로젝트 아티스트 레지던스(미국), 아트 오마이 아티스트 스튜디오 레지던스(미국)에 선정된 바 있으며, 일우사진상, 모란미술상 우수상, 미국 아모스이노 갤러리 주최 공모전 최우수상을 수상하였다.

사진=유현미,불가능한 임무 No.2,130x194cm,캔버스에 유화,잉크젯 프린트,2023
사진=유현미,불가능한 임무 No.2,130x194cm,캔버스에 유화,잉크젯 프린트,2023
사진=유현미,적No.1,162x112cm,캔버스에 유화,잉크젯 프린트,2022
사진=유현미,적No.1,162x112cm,캔버스에 유화,잉크젯 프린트,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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