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Spirit of Korea, Spirit of Paris : 'The Curator’s Eye'
루브르 미술관 디렉터의 시선으로 마주하는 한국과 파리의 정체성 자비에르 살몽(Xavier Salmon) 사진전: ArtCube2R2 갤러리서 개최
[미술여행=윤경옥 기자]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그래픽아트 부문 디렉터이자 17–18세기 유럽미술 전문가인 자비에르 살몽(Xavier Salmon)이 시간과 공간을 잇는 시선으로 한국과 파리를 한 장면에 담았다. 루브르 미술관 디렉터의 시선으로 마주하는 한국과 파리의 정체성이다.
11월 12일(수)부터 서울 아트큐브투알투 갤러리(Art Cube 2R2)에서 열리고 있는 자비에르 살몽(Xavier Salmon)의 사진전 ‘Spirit of Korea, Spirit of Paris : The Curator’s Eye’는 살몽이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포착한 한국과 파리의 건축, 풍경, 도시의 청취를 한 자리에 모아 보여준다. 코리아헤럴드의 미디어 후원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이달 29일까지 감상자들과 마주한다.
◈동양적 재료와 서양의 시선이 만나 탄생한 새로운 미학적 실험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그래픽아트 부문 디렉터이자 17–18세기 유럽미술 전문가인 자비에르 살몽(Xavier Salmon)은 루브르에서 그래픽아트를 총괄하며 〈마리 앙투아네트〉, 〈비제 르브랭〉, 〈마담 드 퐁파두르와 예술〉 등 수많은 전시를 기획해 왔다. 그는, 회화와 건축을 넘나드는 폭넓은 미술사적 시각으로 시간과 공간의 조화를 탐구해 왔다. 이번에는 그가 카메라로 포착한 시선을 한국의 전통 재료 ‘한지(Hanji)’ 위에 인화함으로써, 자신이 사랑해 온 한국 미학에 대한 경의와 애정을 드러낸다.
살몽은 루브르의 고미술 복원 과정에서 한지의 질감과 보존력에 깊은 인상을 받아, 오랫동안 ‘서양 미술 복원에 한지를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연구해 왔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직접 한지에 인화한 작품을 통해, 빛과 시간 속에서 종이의 숨결이 사진 이미지와 교감하는 과정을 시각화한다. 종이의 투명한 결을 따라 번지는 빛은, 마치 유럽의 석조건축이 세월의 결을 품듯, 한국 건축의 숨결 또한 고스란히 담아낸다.
한국 체류 중 그가 직접 촬영한 서울과 경주의 풍경, 한옥과 사찰의 건축미, 그리고 자신이 거주하는 파리의 거리와 건축은 교차적으로 배치되어 두 도시의 ‘정신(Spirit)’이 서로 닮아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그가 오랫동안 탐구해 온 ‘예술의 본질적 조화’라는 주제와도 맞닿아 있다.
홍지숙 아트큐브투알투 갤러리 대표는 “자비에르 살몽의 작품은 한지라는 동양적 재료와 서양의 시선이 만나 탄생한 새로운 미학적 실험”이라며 “이번 전시는 큐레이터로서의 통찰과 작가로서의 감성이 대화하는 자리이자, 한지를 매개로 한 문화 교류의 장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자비에르 살몽은 프랑스 아카데미 그랑프리 수상자이자 저명한 미술사학자이다. 저서로는 'Fontainebleau: The Time of the Italians', 'Les Architectures du Maroc' 등 다수가 있으며, 그의 사진은 단순한 풍경 기록을 넘어 문화유산 속 시간의 층위와 미학적 질서를 탐구하는 작업으로 평가받는다.
◈자비에르 살몽: 문화의 경계를 넘어선 큐레이터의 시선
Xavier Salmon: A Curator’s Vision Beyond Cultural Boundaries
루브르박물관 그래픽 아트 부서(Department of Graphic Arts) 책임자로 재직 중인 자비에르 살몽(Xavier Salmon)은 유럽 미술사, 특히 17~18세기 드로잉과 파스텔 연구로 명성을 쌓아온 학자이자 큐레이터다. 그는 루브르의 약 25만 점에 달하는 드로잉·판화·소묘 컬렉션을 총괄하며, 단순한 작품 보존을 넘어 매체와 문화의 관계를 탐구하는 전시 기획을 주도해왔다. 특히 루브르 아부다비에서 열린 〈Stories of Paper〉 전시를 통해, ‘종이(paper)’라는 물질을 매개로 동서양의 예술적 교류와 기술적 서사를 조명한 바 있다.
Xavier Salmon, currently Director of the Department of Graphic Arts at the Louvre Museum, is a renowned scholar and curator specializing in European art history—particularly drawings and pastels from the 17th and 18th centuries. He oversees a collection of more than 250,000 works at the Louvre, curating exhibitions that extend beyond preservation to explore the relationship between medium and culture. Notably, his exhibition Stories of Paper at Louvre Abu Dhabi shed light on the artistic and technical dialogue between East and West through the medium of paper.
이번 자비에르 살몽의 사진전은 이러한 큐레이터로서의 통찰이 예술가의 감각으로 확장된 결과물이다. 그의 전시는 단순한 이미지의 배열을 넘어, 동서양 문화의 접점을 탐구하는 철학적 실험이자 시각적 사유의 장이다. 살몽의 시선은 전통적인 미술사적 접근에서 벗어나 건축, 조경, 그리고 문화적 서사를 하나의 유기적 네트워크로 바라본다. 마치 거대한 새가 하늘에서 지형을 조망하듯, 그는 프랑스와 한국의 문화적 코드를 수직적으로 해체하고 수평적으로 재구성한다.
Salmon’s photographic exhibition extends his curatorial insight into an artistic realm. It transcends mere arrangement of images, becoming a philosophical experiment and a visual meditation on the meeting points of Eastern and Western cultures. Departing from traditional art-historical methods, his gaze connects architecture, landscape, and cultural narratives as an organic network. Like a great bird surveying the terrain from above, he deconstructs the cultural codes of France and Korea vertically and reconstructs them horizontally.
살몽의 작업에서 주목할 점은 직관적 촬영과 신중한 해석이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루브르에서 축적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하되, 그 틀에 갇히지 않는다. 오히려 문화의 원형을 읽어내는 큐레이터의 직관을 통해 파리의 석조 건축과 서울의 한옥이 공유하는 정신적 구조를 포착한다. 유사성과 차이를 동시에 드러내는 그의 사진들은 단순한 비교를 넘어 문명의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를 시각화한다.
What makes Salmon’s work remarkable is its balance between intuitive photography and deliberate interpretation. While grounded in the expertise he gained at the Louvre, he refuses to be confined by it. Through a curator’s instinct to read cultural archetypes, he captures the shared spirit between Parisian stone architecture and Korean hanok. Revealing both similarity and difference, his photographs visualize the invisible links of civilization beyond simple comparison.
한지에 인화된 그의 작품들은 기술적 실험을 넘어선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한지는 단순한 매체가 아니라 동아시아 문화의 시간성과 내구성을 함축하는 물질이다. 살몽이 한지를 선택한 것은 서양 미술의 프레임을 벗어나 새로운 문화적 문법을 제안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종이의 질감과 빛의 상호작용은 작품에 촉각적 깊이를 더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시공간을 초월한 감각적 체험을 하게 만든다.
His prints on hanji—traditional Korean paper—carry symbolic meaning that goes beyond technical experimentation. Hanji is not merely a medium but a material embodying the temporality and resilience of East Asian culture. By choosing hanji, Salmon steps outside the frame of Western art and proposes a new cultural grammar. The interaction of paper’s texture and light adds a tactile depth to the work, inviting viewers into a sensory experience that transcends time and space.
이번 전시는 큐레이터에서 예술가로 변모한 자비에르 살몽의 여정을 보여주는 동시에, 예술과 문화 분석의 경계가 어떻게 해체될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 그의 작업은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문화 해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단순한 미학적 경험을 넘어 문명 비평의 장으로 나아간다. -안현정(미술평론가, 성균관대학교박물관 학예실장, 예술철학박사)
This exhibition reveals Xavier Salmon’s journey from curator to artist and demonstrates how the boundaries between art and cultural analysis can dissolve. His work offers a new paradigm for interpreting culture across East and West, moving beyond aesthetic experience into the realm of civilizational critique. -Written by Ahn Hyun-jung(Art Critic, Chief Curator at Sungkyunkwan University Museum, Ph.D. in Aesthetics)